순수, 그 심연 (深淵), 장욱진 드로잉전
순수, 그 심연 (深淵)
장욱진 드로잉전
장욱진 화백의 작품들은 모두 순수를 간직한 채 깊은 심연으로 침잠하는 우주적 진리, 그리고 생명의 고결함을 드러내는 화두(話頭)의 변형이다.
우주의 진리와 자아의 본질은 계절의 변화 또는 생노병사를 겪는 삶의 형태적 진화 속에서 ‘치열한 자기 저항’을 통해 순수함을 간직하고, 그 순수의 심연 속에서 마치 진흙 속의 연꽃처럼 소박하게 피어난다.
아유 스페이스의 철학이 상키아(Samkhya)와 베단타(Vedanta)에 바탕을 둔 아유르베다(AYURVEDA)에서 시작되었으며,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자연의 변화를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음이 어쩌면 장욱진 화백의 작품세계와 조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장욱진 화백의 작품들을 통해 ‘순수’가 표현하는 우주의 ‘소리 없는 아우성’, 그리고 인간의 ‘치열한 자기 저항’이 어떻게 생명으로 피어나는지를 살피고, 아유 스페이스의 ‘무위자연’ 정원을 통해서 어떻게 우리가 순수의 심연 속으로 걸을 수 있는지를 체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장욱진이 ‘자화상(1951)’을 통해 ‘대자연의 완전 고독 속에 있는 자기를 발견한 그때의 내 모습’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아유 스페이스의 길은 때로 언덕과 만나고, 때로 소나무 숲을 지나고, 때로 갈대 숲을 지나는 여정을 갖지만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는 완만한 굴곡을 경험하게 된다.
삶에 어디 옳음과 그름이 있으랴!!
색(色)이 곧 공(空)이고, 공(空)이 곧 색(色)인 것을….
장욱진이 그림을 통해 ‘순수의 자기저항’을 표출했듯 아유 스페이스의 자연은 길과 강과 둔덕을 따라 계절의 순환을 드러내 그 안에서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나 돌아가리라’ 라고 표현한 천상병 시인의 노래처럼 꽃과 나비, 낙엽과 벌레들을 만나고, ‘옳고 그름’이 아닌 ‘물(物) 자체’ 속에서 소외와 고독의 그늘 아래 있는 우리네 삶을 한 번 되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